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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25, 2015

“병우야”… 홍준표와 우병우는 ‘특수관계인’

왼쪽부터 홍준표 지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 연합/ 한겨레 김정효 기자
‘잘나가던’ 홍 검사가 우 수석 장인 도운 인연으로
검찰 선후배 떠나 사석에서 이름 부르는 막역한 사이
곤궁에 처한 지금, ‘병우야’라고 부른다면…
[임석규의 정치빡] (19)
홍준표 경남지사는 평소 “병우야!”라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부른다. 새까만 검찰 후배여서만이 아니다. 안면만 트면 ‘형님, 동생’ 하는 홍 지사의 붙임성 좋은 기질 때문도 아니다. 우 수석도 홍 지사에겐 어렵게 대한다고 한다. 두 사람을 ‘특수관계’로 엮어준 매듭은 우병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2008년 작고)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었다.
이씨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기흥컨트리클럽의 대주주였다. 기흥골프장은 퇴직 경찰관의 모임인 경우회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사업권을 따내 이상달씨의 자본을 가지고 만든 골프장이다. 사업권을 경우회에 내줬는데 골프장 지분의 과반이 이씨와 그 지인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자 경우회 간부들이 수사를 받게 됐다. 전직 경찰총수 등 고위직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5월부터 7월까지 이인섭 전 경찰청장과 옥기진 전 치안감 등 전직 경찰 수뇌부 5명이 이상달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씨에게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런데 검찰은 지병이 악화해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이씨의 나이가 54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이 사건을 서울지검 특수3부가 맡았는데 정홍원 전 총리가 당시 특수3부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상달씨는 기흥골프장을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검찰 수사와 골프장 인수 과정에서 이씨에게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의 홍준표 지사였다. 홍 지사는 이런 사실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홍 지사가 이씨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을 줬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 무렵 홍지사가 무척 ‘잘 나가던 검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달씨가 서울지검 수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던 1993년 홍 지사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하며 한참 성가를 높이고 있었다. 돈을 받고 슬롯머신 업자에 대한 내사를 무마해줬다는 혐의로 검찰 상사이던 이건개 당시 대전고검장을 구속 기소한 것도 그 시절이었다.
어쨌거나 어려운 시절에 도움을 받은 이상달씨로선 홍 지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홍 지사에게 두고두고 은공을 갚아야 하는 장인의 처지를 둘째 사위 우병우 검사도 모를 리 없었을 거다. 홍 지사가 기흥골프장에서 파격적 대우를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3월26일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를 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409억 2599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12억여원이 줄었지만 고위공직자 1825명 가운데 재산 1위엔 변동이 없었다. 본인과 부인이 보유한 채권이 166억9000여만원, 예금이 166억7000여만원이었다. 그런데 우 수석의 실제 재산은 이보다 훨씬 더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부인이 보유한 기흥골프장 지분 때문이다. 기흥골프장은 현재 (주)삼남개발이 운영하고 있다. 삼남개발의 모회사는 (주)에스디엔제이홀딩스다. 이상달씨가 2008년 사망하자 부인과 네 명의 딸이 각각 20%씩 에스디엔제이홀딩스 지분을 물려받았다. 이에 따라 우 수석의 부인도 에스디엔제이홀딩스의 주식 2200주(자본금의 20%)를 보유하게 됐다. 에스디엔제이홀딩스의 액면가는 5500만원에 불과하지만 토지를 포함한 자산총액은 1967억원에 이른다. 우 수석 부인의 지분을 액면가가 아니라 자산총액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우병우 민정수석도 수사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민정수석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한겨레티브이(TV)> ‘정치 토크 돌직구’에 출연해 ‘실패한 기획사정 수사’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려면 우 수석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정수석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우 수석이 홍 지사와 특수한 인연으로 묶인 사이란 점을 감안하면 수사의 객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홍준표 지사는 지금 매우 곤궁한 처지에 몰려 있다. 언제 검찰 소환장이 날아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병우야, 이번엔 니가 나를 좀 도와줘야 하겠다’며 우 수석의 전화번호를 누르고싶은 심정이 굴뚝같을 것이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 검사는 자신이 구속한 박철언 국민당 의원에 대한 뇌물혐의 마지막 재판에서 이런 말을 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오른 결과 밀랍 날개가 녹아 처참하게 추락하는 이카로스의 최후를 피고인에게서 본다.” 홍 지사야말로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오른 이카로스의 운명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홍 지사를 바라보는 우병우 수석의 심경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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