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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25, 2015

박 대통령, 세월호도 무시하고 아시아도 외면하고..반둥회의 60주년 초청장 받자마자 “참가 힘들다”고 즉각 튕긴 건 외교의 기본이 없음 드러낸 사건

지난 22일 자카르타에서 반둥회의 60돌을 맞아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부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초청장을 받은 109개 나라 중 32개국 정상이 1주일 전 참석을 통보했고, 한국은 지난 2월부터 “참가하기 힘들다”는 말을 흘렸다. AFP 연합뉴스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43) 반둥회의 60돌과 박근혜
지난 19일부터 베트남, 이란, 타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32개국 대통령과 총리들이 자카르타로 몰려들었다. 필리핀과 러시아를 비롯한 77개국은 부통령이나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을 보냈다. 19일부터 24일까지 자카르타와 반둥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회의(Asian-African Conference) 60돌과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파트너십(New Asian-African Strategic Partnership) 10돌을 기리는 자리다. 인도네시아의 힘이 드러났다. 기념식 하나를 앞세워 109개 나라 최고위급 대표단을 한날 한자리에 끌어모을 수 있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꼭 60년 전인 1955년 이른바 콜롬보그룹 회원국인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버마, 스리랑카가 앞장선 그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 참석했던 29개국은 반식민주의와 반제국주의를 외쳤다. 미국과 소비에트러시아가 부딪치면서 냉전이 한창 끓어오르던 그 시절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는 처음으로 대안세력 가능성을 보여주며 1961년 유고의 베오그라드에서 열렸던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에 발판을 깔았다. 현대사에서 반식민주의, 반제국주의, 민족자결과 함께 가장 귀한 정신으로 꼽을 만한 비동맹운동이 태어난 곳이 바로 흔히들 반둥회의라고도 부르는 그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였다.
그 기념식의 가치를 알기는 알았나
100개를 웃도는 최고위급 국가대표단이 몰려들었다는 건 속셈이야 어떻든 적어도 국제사회가 반둥정신만은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중국 주석 시진핑은 20~21일 파키스탄 국빈방문을 거쳐 21일 자정 무렵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21일 밤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중국 주석과 일본 총리는 반둥회의 60주년 참석에 맞춰 해외 방문 일정을 짰다는 뜻이다. 같은 시간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는 남미 방문국 4개 가운데 하나인 칠레에서 교민들을 만나 사회개혁을 외치고 있었다.
시진핑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 정부 초청을 받자마자 곧장 참석 결정을 내렸다. 아베는 참석 결정뿐 아니라 지난 2월부터 일찌감치 연설문까지 준비했다. 같은 시간 박근혜는 4월16일 세월호 1주기에 맞춰 자리를 뜨는 남미 4개국 방문 일정을 만지고 있었다. 청와대는 이 초청장을 받자마자 곧장 “다른 일정이 있어 참가하기 힘들다”는 말을 흘렸다. 대한민국에 외교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첫째, 박근혜 둘레에는 반둥회의 60돌 기념식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조차 아는 이들이 없었다는 뜻이고, 둘째, 대통령이 초청장을 받으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조차 아는 이들이 없었다는 뜻이다. 세상 돌아가는 판을 스스로 짚을 만한 능력이 없다면 눈치라도 볼 줄 알아야 그게 외교다. 시진핑과 아베를 비롯해 아세안(ASEAN) 회원국 총리들이 곧장 초청을 받아들이는 걸 보면서 왜 그런지 먼저 공부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 다음에 초청을 받아들이든 말든 “대통령 일정에 맞춰 긍정적으로 다뤄보겠다”고 흘리는 게 예의다. 초대형 국제행사를 낀 대통령 초청을 앞뒤 재보지도 않고 대놓고 공개적으로 되받는 건 외교적 참사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초청장을 보냈던 109개 나라는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참석한 32개국 정상들도 회의 1주일쯤을 앞두고 최종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상외교란 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처럼 즉각 결연한 태도로 튕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구나 초청자인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딱 하나뿐인 이른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다. 대한민국 정부한테는 온 세상을 통틀어 딱 하나뿐인 ‘포괄적·전략적 동맹’ 관계라는 미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다음으로 중요한 나라라는 뜻이다. 비록 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게 추상적인데다 구속력은 없더라도 그런 이름을 달았다면 상대국의 체면쯤은 세워줘야 그게 외교다. 그렇잖아도 대한민국 외교가 10여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란 이름만 걸어놓고 실질적 관계로 발전시켜내지 못해 말들이 많았다. 그게 바로 인도네시아다. 머잖아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둔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의 10번째 큰 무역상대국이면서 8번째 큰 투자국이고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4번째 큰 투자국이다. 인구 2억5천만을 거느린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이면서 아세안과 비동맹운동을 이끌어온 인도네시아의 앞 바다에는 80% 웃도는 대한민국의 원유 수송로가 걸려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한테는 정치·경제·외교·안보·문화 모든 면에서 사활이 걸린 아시아의 최대 전략지대다. 게다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친한 성향을 보여온 흔치 않은 나라다. 이번 반둥회의에 목줄을 매달았던 인도네시아 정부고 보면 서울 쪽에 적잖이 실망했으리라 미뤄볼 만하다. 대한민국 ‘허당외교’가 언제까지 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반둥회의 60주년 초청장 받자마자
“참가 힘들다”고 즉각 튕긴 건
외교의 기본이 없음 드러낸 사건
동남아에서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인도네시아를 이리 홀대해도 되나
굳이 그날 남미 간 한국 대통령
가장 중요한 반둥회의 참석자
남아공 대통령 제이컵 주마는
회의 직전 외국인 혐오 폭동으로
8명 사망하자 즉각 불참 통보
남미로 떠나지 말았어야 옳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외교판에 뛰어드는 건 대세고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정상외교를 놓고 구시렁댈 일도 없고 말릴 까닭도 없다. 형편 되면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상대도 만나고 서울로 불러오는 것도 다 좋다. 또 남미도 중요하다. 이미 경제규모 세계 7위권에 들어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대륙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시장인데다 칠레, 페루, 콜롬비아는 환태평양을 낀 정치경제협력체로서 가치도 적잖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우리가 힘껏 다가가야 할 땅인 것도 틀림없다.
다만 외교에도 순서가 있고 방향이 있다. 정상외교쯤 되면 언제 어디로 향할지를 먼저 따지는 게 기본이다. 그동안 박근혜가 외국으로 나설 때마다 말썽이 났던 건 그런 기본을 헤아리지 않았던 탓이다. 예컨대 인종차별 반대라는 인류 정신사에 중대한 가치를 실천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장례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독재 논란을 달고 다녔던 싱가포르 전 총리 리콴유 장례식에는 ‘개인 인연’을 앞세워 대통령이 달려가는 게 대한민국 외교 수준이었다. 대통령이 나서는 정상외교란 건 눈에 보이는 국익만을 좇는 게 아니라 한 나라의 정신과 가치를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기본도 원칙도 없는 대한민국 외교는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남미 4개국 방문 일정을 보라. 무엇보다 세월호 1주기인 16일에 맞춰 떠났다는 대목이다. 지난 1년 동안 온 나라를 들쑤셔놓았던 그 세월호 1주기가 무섭긴 무서웠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관례상 대통령 방문에 따라붙어 현장을 지휘하고 외교를 책임져야 하는 외교장관이란 자가 박근혜의 첫번째 방문국인 콜롬비아에 함께 가지도 못하는 일정이 나온 걸 보면. 그날 외교장관 윤병세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15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에 2013년 직전 총회 의장 자격으로 개회식 기조연설을 하러 갔다. 이건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는 정상외교 일정마저 조절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폭로한 꼴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식이 열리던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이컵 주마는 프레토리아에서 벌어진 외국인 혐오 폭동 문제로 인해 불참을 통보했다. 당일 프레토리아에서 피해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신화 뉴시스
그 결과 대통령이 떠나버린 서울은 세월호로 격전장이 되었고 ‘성완종 리스트’로 국무총리란 자가 사라지면서 국정도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이런 사태를 대통령쯤 되는 자가 짐작 못했을 리 없다. 그러면 떠나지 말았어야 옳다. 진짜 모르고 떠났다면 곧장 되돌아와야 옳다. 이번 반둥회의에서 좋은 본보기가 나왔다. 가장 중요한 참석자로 꼽아왔던 남아공 대통령 제이컵 주마가 회의 직전인 18일 외국인 혐오 폭동으로 8명이 사망하자 즉각 불참을 통보하고 내정에 매달렸다. 이미 짜놓은 반둥회의 일정을 깨뜨렸다고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정이 외교의 첫발’이라는 기본을 잘 보여줬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국내 문제로 외국 방문을 접고 되돌아가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낯뜨거운 교육장관 파견
그다음은 굳이 반둥회의를 버리면서까지 남미 방문 일정을 우겼다는 대목이다. 반둥회의는 날짜가 정해진 행사고 남미 방문은 일정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었다. 박근혜를 빼고 나면 비록 참석은 못했을지언정 이번 반둥회의를 제쳐두고 다른 나라로 날아가 버린 아시아의 대통령이나 총리는 없었다. 누가 봐도 남미 방문이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안보·문화적 생존이 달린 아시아 사안에 우선할 수 없다. 결국 청와대는 반둥회의에 사회부총리라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대표선수로 보냈다. 이건 청와대가 처음부터 마지못해 기념식에 얼굴이나 비치겠다는 뜻이었다. 외교장관도 아닌 교육장관을 보내면서 14일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대아시아, 아프리카 외교 강화를 통해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할 뿐 아니라 한국-인도네시아 양국 관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당치도 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외교도 급이 맞아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장관쯤을 기다릴 다른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는 없다. 외교 책임자도 아닌 교육장관을 만나 국가 관계 강화를 논의할 만한 외교장관들도 없다. 그러니 현지 언론이 시진핑이니 아베를 1면 머리기사에 올리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단은 이름 한자 올리지 못했다. 뉴스채널인 <메트로 티브이>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 건 뇌물사태 때문이었다’는 낯 뜨거운 하단 자막이 흘러 다녔을 뿐이다.
이번 반둥회의는 기념식장이 아니었다. 살벌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최전선이었다. 미국에 맞서 국제질서를 재편해보겠다는 중국에다 아시아의 최대 투자국인 일본에다 올해 말 경제통합을 앞둔 아세안 10개국이 뒤섞여 서로 이문을 따지는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벌이는 현장이었다. 800명도 넘는 이들이 참석한 동아시아경제포럼(19~21일)이 뒤를 받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중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본부 유치에 뛰어들었고 아세안은 남중국해를 낀 지역안보 문제를 화두로 다뤘다. 그동안 싸늘했던 시진핑과 아베도 만나 양국 관계를 이야기했다. 기대했던 남북 접촉마저 없었다. 대한민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22일 반둥에서 반전시위를 벌이던 평화운동가 하디 조반이 “한국은 아시아가 아니다. 미국의 아이일 뿐”이라고 큰 소리로 비웃었다. 이게 세계시민사회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반둥에는 쓸쓸히 비가 내렸다.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 정문태 1990년부터 타이를 베이스 삼아 일해온 국제분쟁 전문기자. 23년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코소보를 비롯한 40여개 전선을 뛰며 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최고위급 정치인 50여명을 인터뷰했다. 저서로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2004년), <현장은 역사다>(2010년)가 있다. 격주로 국제뉴스의 이면을 한겨레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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