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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3, 2015

"박근혜, 말 배우는 아이 수준"... 전여옥이 옳았다 [여의도본색] 4년 전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본 '박근혜 어법'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그런 가운데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전체 발언을 살펴보면 이날 박 대통령은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활성화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시키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위에서 인용한 발언만으로는 박 대통령이 '무엇'을 주문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어법을 '창조어법'이라고 비꼬았다. 이러한 어법은 최고 국정운영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지도자로서 굉장히 무책임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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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기자는 최근 정치팀 내부게시판을 살펴보다가 4년 전 한 후배 기자가 '박근혜 어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글을 발견했다. 지난 2011년 2월 17일 작성된 이 글에는 '[생각] 박근혜 특유의 어법은 굉장히 문제가 많음'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한나라당을 오랫동안 출입했던 안홍기 기자는 이 글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단순함을 박근혜 어법의 특징으로 꼽았다.

"박근혜식 어법의 특성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도록 말을 단순하게 하는 것. 기자들이 한두 줄짜리 워딩으로 요래조래 머리를 짜내서 기사를 쓰고, 그렇게 해서 기사 나가서, '너무 세게 얘기한 것'이라는 반응이 있으면, 측근들이 나서서 '그런 의도 아니다'라고 해명을 하는 구조임."

안 기자는 "그래서 박근혜 말을 들으면 가까운 측근의 '해설'을 들어야 기사가 좀 신빙성이 있어지는 그런 상황"이라면서 "결국 박근혜가 하는 말만 들어서는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기자는 "아예 생각이 없다면 '생각이 없어요'라고 하면 되지 '다음에 말씀드릴게요'라고 하면서 지나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한 블로거의 글을 링크해놓았다. 강병한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가 <경향신문> 블로그에 쓴 '박근혜 누님에게 굴욕당하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 23일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서는 박 대통령의 싸이월드 1000만 방문 기념으로 팬클럽 '근혜천사'에서 주최한 바자회가 열렸다. 박 대통령도 이 행사에 참석해 "왜 복지를 돈으로만 생각하는지 안타깝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다"라는 요지의 격려사를 했다. 

강병한 기자는 이날 행사장을 나오는 박 대통령에게 "박 대표님, 아까 복지는 돈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맥락인가요?"라고 물었다. 당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던 '박근혜표 복지'의 실체를 캐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바로 돌아서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한국말 모르세요?"

안 기자는 이 장면을 두고 "'뭐 그리 캐묻냐'는 의도로 '한국말 모르세요?'라고 한 것 같은데, 모르겠으니까 물어보는 거지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면 물어보래도 안물어본다"라고 썼다. 자신의 '두루뭉술한 메시지 전달'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는 박 대통령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안 기자는 "이런 어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한국의 중요한 정치지도자인 것은 문제가 많다"라며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지지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대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그 사람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고,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기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예측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임."

안 기자는 "'박근혜식 복지'에 대해 박근혜 본인이 미주알 고주알 풀어내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에 대해 박근혜는 '내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라며 "이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굉장히 무책임한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사람은 이명박처럼 말해 놓고 '표 얻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나쁠 뿐 아니라 절대 대통령이 되어선 안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날 '으뜸언어상' 수상... 전여옥 "말 배우는 어린아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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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 으뜸 언어상 수상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11년 2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언어상 시상식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으뜸 언어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의 대상격인 '으뜸 언어상'은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이낙연 의원, '모범언어상'은 민주당 이미경,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 `품격언어상'은 자유선진당 변웅전,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수상했다.
ⓒ 연합뉴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전날(2011년 1월 16일) 박 대통령이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수상한 점이다. 이날 오후 3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이 열렸는데 박 대통령은 '으뜸 언어상'을 수상했다. 이날 현장에서 한 취재기자가 "평소 말을 잘 안 하시는데 으뜸언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소감을 말해 달라"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했다.

"만나실 때마다 현안에 대해 묻는데, (현안이) 과학비즈니스 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아니냐? 다른 분들도 입장을 밝히고 하는데, 내가 답할 사항이 아니어서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기자는 '수상 소감'을 물었는데, 박 대통령은 '동문서답'한 것이다. '박근혜 어법'의 또다른 특징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이러니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진중권)라고 비꼬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득 '친박'에서 '반박'으로 변신한 전여옥 전 의원의 어록이 생각났다.

"박근혜는 늘 짧게 대답한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 국민들은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 없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애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다."

"박근혜는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시차가 있긴 하지만 후배 기자와 전여옥 전 의원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서 당당하게 '유체이탈 화법'과 '창조어법'을 선보여왔다. 국민에게도 불행이지만, '한국어'에는 재앙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Thursday, July 2, 2015

박근혜 대통령의 자승자박…‘경우의 수’는 더는 없다..이러나 저러나 대통령에겐 결국 ‘패착’ 그나마 남은 해법은 유승민과 다시 손잡는 것

유승민 억지로 쫓아내려고 초강수, 그러나
여권 권력지형·보수 기류와 어긋나
이러나 저러나 대통령에겐 결국 ‘패착’
그나마 남은 해법은 유승민과 다시 손잡는 것
정치의 묘미는 역설입니다. 성경에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마태복음 20장 26~28절)는 구절이 있습니다. 배재학당 교훈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새겨야 할 말입니다. 뒤집어 해석하면 남을 지배하려 하는 자는 소인배라는 얘깁니다.
개가 시끄럽게 짖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진짜 무서운 개는 좀처럼 짖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한 척하는 사람이 사실은 약한 사람입니다.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분노의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냈을 때 저는 박근혜 정권이 이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예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중에 텔레비전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소리를 지르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창피하게 생각했을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무기력 들켜버린 강성발언…쇠락의 길 접어든 정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제2연평해전 기념식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넥타이를 매고 있다.  평택/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제2연평해전 기념식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넥타이를 매고 있다. 평택/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정말로 강력했다면 그런 흉한 모습을 국민들 앞에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짜로 힘이 있었다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예 당선되지 못하도록 했거나 조용히 알아서 물러나도록 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서슬퍼런 국무회의 발언 나흘 뒤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이 성명서를 냈습니다. ‘최고위원회 논의 과정에 앞서’라는 제목입니다.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되었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헌법과 법률, 새누리당 당헌에 나와 있듯 의회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금일 최고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우리가 지키고 키워왔던 의회민주주의와 당내민주주의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당내 화합에 힘써야 할 최고위원회가 당내 분란의 빌미를 주어서는 더욱 안된다.”
저는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성명서의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이런 성명을 낸 것 자체가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후신입니다. 지시와 복종만 있을 뿐 아래에서 위를 들이받는 행동은 불가능하다고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20명 명단을 살펴보았습니다.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용태, 김학용, 나성린, 박민식, 박상은,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이한성, 정문헌, 정미경, 조해진, 한기호, 홍일표, 황영철.
새누리 의원들, 더는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아
‘친박’이 아니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그리 유별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놀랐습니다. 제가 새누리당에 대해 아무래도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성명서 사건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하긴 가만히 따져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은 새누리당의 ‘주류’가 아닙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인적, 물적 역량에서 이명박 쪽이 박근혜 쪽을 앞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 성향 언론사의 사주들도 박근혜가 아니라 이명박을 도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도 보수 언론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권 내부의 이런 권력 지형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비박의 정의화 의원이 친박의 황우여 의원을 꺾었고, 전당대회에서 비박의 김무성 의원이 친박 서청원 의원을 꺾었습니다. 올해에도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의 유승민 의원이 친박 이주영 의원을 꺾었습니다. 청와대의 주인은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국회와 새누리당은 비박세력이 차례차례 접수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선 이후 ‘비박’은 ‘친박’에 져본 적 없어
심지어 최근 보수 성향 언론사의 논조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거부권 행사 이후에도 유승민 원내대표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실장은 ‘이병기 실장, 안된다 말하고 사표내시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둘째)의 사퇴를 촉구한 뒤 재차 또 발언을 하려하자 제지하다 듣지 않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왼쪽)이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둘째)의 사퇴를 촉구한 뒤 재차 또 발언을 하려하자 제지하다 듣지 않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기어이 쫓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억지는 여권 내부의 권력지형, 보수세력 전체의 기류와 배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우 위험합니다. 솥에서 물이 끓을 때는 뚜껑을 열어야 합니다. 억지로 뚜껑을 누르면 솥이 깨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면서 여러가지 파행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청와대의 거부로 당정협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당정협의가 없으면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둘째, 여야 합의로 2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운영위원회가 취소됐습니다. 청와대의 요청을 김무성 대표가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야당이 반발하자 운영위원회를 3일에 하기로 뒤늦게 합의했지만 어쨌든 청와대가 공공연하게 국회를 무시하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드디어 사고가 터졌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과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싸우자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중단하고 퇴장했습니다. 대표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은 김태호 의원을 겨냥해 상소리를 뱉었습니다. 집권여당 최고위원회가 양아치들의 뒷골목 싸움판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넷째, 오는 6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이 시작되면 집단으로 퇴장하는 등 표결에 불참할 것입니다. 본회의장 퇴장이나 의사일정 거부는 야당이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집권여당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됐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창피하다고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원내대표 싸움…베테랑 기자도 처음 겪는 사태
앞으로 정국을 예측해 보겠습니다. 정국 전망은 정치부 기자들이 늘상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전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싸운 적이 없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 대통령의 정치참모들이 지금처럼 무기력한 적도 없었습니다. 이럴 때는 정치부 기자를 오래한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취재 경험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난다면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을 ‘추대’ 형식으로 다음 원내대표로 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내년 총선에는 악재가 될 뿐이다. 사진은 지난 2월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과 패배한 이주영 의원이 서로 껴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난다면 친박계는 이주영 의원을 ‘추대’ 형식으로 다음 원내대표로 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내년 총선에는 악재가 될 뿐이다. 사진은 지난 2월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과 패배한 이주영 의원이 서로 껴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정국의 최초 분수령은 6일 본회의 직후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느냐, 사퇴하지 않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지게 됩니다. 지금 친박 의원들은 물론이고 김무성 대표도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재의 부결이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말도 만들어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부터 복잡해집니다. 다음 원내대표는 누가 될까요? 일단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패했던 이주영 의원이 유력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들은 경선을 할 경우 위험하다고 보고 ‘추대’로 분위기를 몰아가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주영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새누리당은 ‘청와대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행정부에 질질 끌려다니게 됩니다. 그 대가는 내년 총선에서 치르게 될 것입니다.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더라도 나중에 한꺼번에 크게 망한다는 얘깁니다.
새누리당 비박 의원 중에서 누군가 이주영 의원에게 도전장을 낼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도전자가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6일 본회의 직후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7월중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명분으로 당분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내기 위한 무력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집권세력 내부의 갈등이 이 수준까지 증폭되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 자체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출직인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을 사퇴시킴으로써 김무성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법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새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다른 친박 인사가 과연 대표직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비박 인사가 새누리당 대표에 또다시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레임덕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승민이 사퇴하든 안 하든 정권은 망한다
결국 어느 길로 가더라도 박근혜 정권은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파국을 막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유승민 원내대표의 손을 잡는 길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으로서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됩니다.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다시 강화되고 행정부와 새누리당은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야당도 박수를 칠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성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어쩌다가 정권 쇠락의 길을 자초하게 된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회법 개정안은 그냥 거부권을 행사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이의’가 있다고 밝히고 국회로 법안을 조용히 돌려보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내려고 달려들면서 스텝이 얽히고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남은 궁금증은 한 가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탈당할까요? 탈당한다면 언제 할까요? 청와대 관계자는 탈당설을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자신의 정당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당을 떠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주는 비련(悲戀)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차하면 더이상 공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 의원들의 한가닥 남은 바람은 ‘타협’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용계동 일대에 지난달 29일 유 원내대표를 비난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10여개 걸렸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용계동 일대에 지난달 29일 유 원내대표를 비난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10여개 걸렸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최근 상황에 누구보다 속이 타는 것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일 것입니다. 영남 지역구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구 민심은 대통령은 불쌍하고 국회의원은 나쁜 놈들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이 옳지는 않지만 정치에서는 또 그게 현실이다. 타협해야 한다.”
“옛날 어른들은 부부싸움을 할 때 아이들을 다 내보냈다.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을 온 국민 앞에 드러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조용히 풀어야 한다. 김무성 대표에게 역할을 줘야 한다.”
이 재선 의원의 말이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의 평균적 생각일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염원은 이루어질까요? 어렵겠죠?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회법이란? 백악관에 뜬 무지개…대한민국에서도 볼 수 있을까?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82일간 140명 조사, 33번 수색, 9TB 자료… ‘친박’은 없었다

ㆍ친박 6명 서면조사… 대선자금 수사하며 계좌추적도 안 해
ㆍ검찰 수사팀 스스로 ‘경남기업 의혹 특별수사팀’이라 불러

김진태 검찰총장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는 81일 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키로 하고 친박 실세 6명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검찰은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근거를 찾을 실력과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은 대신 리스트에는 없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야당과 노 전 대통령 측은 억지로 ‘끼워넣기’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 문무일 팀장이 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귀인·비밀장부 찾느라 헛심

검찰 수사는 지난 4월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이후 경향신문 보도에 나온 내용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140명을 460회에 걸쳐 조사했고, 33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9.3TB(영화 3600편 분량의 데이터)의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분석했지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박 인사 6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확보한 증거자료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등 비박 인사들에게만 해당됐다.

수사팀은 존재하지도 않은 ‘귀인’과 ‘비밀장부’ 확보에 거의 모든 수사력을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번지수를 잘못 짚고 헛심을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부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잡아 구속 기소했지만 결국 제보자를 처벌한 셈이 됐다.

친박 실세에 대한 강제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동 단계에서 신속하게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이뤄졌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소환조사도 없었다. 수사팀은 김기춘 전 실장 등을 부를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만 서면조사 이후 한 차례 불렀을 뿐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성완종 리스트’나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는 ‘허위’에 가깝다. 수사팀 관계자는 “능력의 한계, 상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오늘 수사 결과가 리스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이완구 전 총리 등 여권 실세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연속해서 특종 보도한 경향신문 4월10·11·14일자 1면(위부터).

■ “정치적 눈치를 본 수사”

수사팀은 애초부터 정치적이었다. 지난 4월12일 출범한 수사팀은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왜 리스트 8인에 대한 수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팀은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사팀이 공언한 대로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김한길 전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등 야권 인사가 검찰에 걸려들었다. 특히 검찰은 노건평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공개하고 소환조사까지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지시를 내린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검찰이 충실하게 ‘노무현 죽이기’로 응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친박 인사들의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진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돌출된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진 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수사팀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눈치를 본 수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서 박근혜 비판 만평이? 작가는 괜찮을까 <매일신문> '매일희평' 연일 화제... "양심에 따라 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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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6월 26일 '매일희평'.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 매일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원내대표 사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이 연이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만평을 내보내 주목을 끌고 있다(<매일신문>의 '매일희평' 보러 가기).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치는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 정치철하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하자 대구 지역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지역주민들은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에 연재되는 '매일희평'은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되레 대통령을 비판하는 만평을 실었다. 지난 6월 26일 실린 만평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그림자가 된 유승민 원내대표에 채찍을 휘두르는 그림으로 구성됐다. 또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3권분립과 청와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말을 함께 넣으면서 "따라오지 마?"라고 적어놨다. 

6월 29일에는 뒤주에 갇힌 유승민 원내대표의 모습과 청와대 그림을 대비시켜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뒤주에 가둬 사도세자처럼 죽이려 한다는 내용이 담긴 만평이 나왔다. 

이어 연평해전 13주기였던 6월 30일에는 '염병해전'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내보내기도 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부서진 군함을 빗대 난파선인 '대한민국 3권분립호'의 뱃머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쓰러져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목을 조르고 돌로 내려치는 모습을 그렸다. 

"대통령의 전근대적 생각, 만평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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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6월 30일자에 실린 '염병해전'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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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에 6월29일 실린 '매일희평'. 뒤주에 들어가 있는 유승민 의원 모습이 그려져 있다.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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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독성 문어와 맹독성 박근혜? <매일신문> 7월1일자에 실린 '매일희평'
ⓒ 매일신문

지난 1일 '매일희평'은 제주도에 아열대성 어류인 맹독성 문어가 출현했다는 그림과 여의도에는 '전근대성 인류'인 '맹독성 박근혜'의 출현을 알리는 만평을 게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이 국회의원들에게 '맹독성 어류'로 희화화된 것이다.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만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경수(48) 작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3권 분립을 심하게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시민들과 동떨어진 전근대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유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을 전근대적이라고 비판했듯 대구의 정서와는 조금 다르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에서 만평을 그렸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라는 엄연한 현실이 있고 대통령을 바라보는 지역의 애정어린 정서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난은 삼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김 작가는 자신이 그린 '염병해전'과 '사도세자'에 대해 "지역정서를 보면 양비론 같은 난감한 만평이 나와야 하지만, 국민들이 바라보는 공감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래를 바라보며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그렸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계속 이런 그림을 그릴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정서나 국민정서만이 아닌 작가의 양심에 따라 작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매일신문> 관계자는 "신문은 어느 한 쪽의 주장만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라면서 "독자들의 항의가 있더라도 작가의 작품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탄핵한 박근혜, 부메랑 맞나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들의 정치 수준도 높아져서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심판대상’이 유승민 원내대표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유 원내대표가 몇 번이나 머리를 숙이면서 ‘사과한다’고 했고, 친박은 유승민 사퇴를 노골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도 유 원내대표 퇴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말은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입니다.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2004.02.18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회견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2004.02.24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탄핵당했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이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한나라당이 이에 동조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법 조항은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을 사유로 제시했다. 선거법 9조 1항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선관위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위반이 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독려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면 공무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웃고 있는 박근혜<YTN>화면 갈무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월12일 탄핵안을 밀어붙였고. 찬성 193표, 반대 2표였습니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합니다. 온 나라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며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그해 5월 14일 탄핵 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직에 복귀했습니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이 특정 정치인을 반드시 낙선시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라며 “법적으로 탄핵 사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왜 이 점을 지적하지 않지? 정당명과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건가?”라고 말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겨야 할 말입니다. 다시 2004년 탄핵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선거법위반만 아니라 ‘국정수행불가’, ‘경제파탄’ 따위도 제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딱 맞는 말입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 그는 한 일이 없습니다.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브로치 하고, 머리띠 사고, 물차 동원해 물대포 쌌습니다. 오히려 여당 원내대표를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노무현 탄핵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도 탄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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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치인’ 유승민, 그가 중요한 이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뒤 소속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한겨레>
“유승민, 국회연설 좋았다. 냉전, 반공, 수구를 넘어선 OECD 수준의 보수를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은 '두개의 혀'를 가지고 있다. 무상급식 관련해선 홍준표도 있고 남경필도 있다. 경제정책 관련 최경환도 있고 유승민도 있다. 그런데 다들 형, 아우 하면서 잘 어울려 다닌다. 범진보진영, 배워야 한다”

지난 4월9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같은 달 8일 있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내린 평가입니다. 조국 교수가 누구입니까? 박근혜정권을 강하게 비판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설을 높이 평가하면서 진보진영이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국 교수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조차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 원내대표의 합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야당이 여당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대해 공식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유 원내대표 연설은 ‘보수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새누리당에 유승민 같은 정치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나라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유승민을 ‘배신자’로 낙인 찍었습니다.  
그는 “여당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민의를 대신하고 국민들을 대변해야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유 원내대표를 맹비난했습니다. 한 발 나아가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 격앙된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대통령 품격’은 아예 없었습니다.

왜 박근혜는 대통령 품격까지 버리면서까지 유승민을 비난했을까요? <한겨레>는 지난 달 29일 청와대 관계자 말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유승민은 영민하지만, 정책에 대한 기본 생각이 박 대통령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정치는 생각이 달라도 같이 할 수 있지만, 정책은 그럴 수 없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누구도 증세 문제를 꺼내지 못하겠지만, 유 원내대표만은 증세가 필요하다며 자기 소신을 밀어붙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29일 <한겨레> 증세·복지 등 ‘유승민의 소신’못마땅…배신 몰아 싹 자르기

‘증세’와 ‘복지’라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겨레>는 같은 기사에서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론’의 수정을 시사하며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선포한 데 이어, 4월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 한발 더 나아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기업에 대한 조세 형평성 확보와 중산층 증세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고 매일 자신에게 던지다면서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국민 편에 서겠다는 그는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라고 했습니다.

보수는 정의와 진실 그리고 책임의식, 따뜻한 공동체를 위해 사는 자들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짜 보수를 오래만에 봅니다. 유승민 같은 보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우리나라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유승민 모습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지역주의에 기대 수구성을 보여주는 이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연설 중 ‘사드’배치 같은 것은 동의하기 힘들지만, 다른 내용은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지만, 새누리당 안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유승민 같은 보수 품격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새누리당 안에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아래는 지난 4월8일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연설 전문입니다. 문장도 박근혜와 대비됩니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 세월호…그리고 통합과 치유
1년 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허다윤 학생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여 오늘까지 엄마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내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다윤 양과 함께 조은화,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씨와 권혁규군 부자, 이영숙 씨… 이렇게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슬픈 소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희생자 295명, 실종자 9명, 그리고 생존자 172명을 남긴 채 1년 전의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습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지난 1년의 갈등을 씻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정부에 촉구합니다.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합니다. 세월호를 인양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의 恨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평택 2함대에 인양해둔 천안함과 참수리 357호에서 우리가 적의 도발을 잊지 못하듯이, 세월호를 인양해서 우리의 부끄러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인양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막대한 돈이지만,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국민들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동의해 주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온 국민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자의 고통을 어루만져 드려야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통합과 치유의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통합과 치유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군에서 사망한 자식의 유해와 시신을 데려가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이라도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천안함,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고비에서 상처를 받고 평생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 분들의 고통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의 마음이 열리고 통합의 길이 열리게 됩니다.
■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오랜 세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해왔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유지와 발전에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남북분단과 군사대치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지켜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입니다.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빈곤층, 실업자,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신용불량자,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장애인, 무의탁노인,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고,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하겠습니다.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이제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경제 체제의 역사적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안보 만큼은 정통보수의 길을 확실하게 가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최근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미래산업정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급식, 보육은 물론 심지어 의료, 교육, 주택까지 보편적 무상복지를 고집하던 야당이 드디어 성장의 가치, 안보의 가치를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진보정당의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총선과 대선의 득표용 전략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변화 속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 진영을 넘어 합의의 정치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저는 ‘진영의 창조적 파괴’라는 꿈을 가집니다.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 동안 우리 정치는 여야 진영 간, 보수 진보 진영 간의 대립과 반목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진영은 그 본질이 독재와 똑같습니다. 진영의 울타리를 쳐놓고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데, 어느 당, 어느 진영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소신은 집단의 논리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습니다. 여당 시절 추진했던 FTA, 연금개혁을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는 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가급적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님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구속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보수와 진보가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오늘 보수와 진보는 머리를 맞대고 공통의 국가과제와 국가전략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영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은 합의의 정치를 통하여 정책을, 입법을, 예산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합의의 정치를 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위해서도 합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시장'에서 정치의 본능은 득표입니다. 표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처럼, 그 동안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반복되었고, 이는 국가재정, 국가발전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그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지만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려면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가 진영의 논리와 포퓰리즘 경쟁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우리가 할 일은 많고, 국민은 우리 정치를 다른 눈으로 평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력이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믿습니다.
성장과 복지, 안보와 통일,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일자리와 노동, 교육, 보육, 의료, 연금 등 합의의 정치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 아주 인기 없는 정책일수록, 그러나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일수록 우리는 용기를 내어 통큰 합의를 해야 합니다.
■ 공무원연금개혁
몇가지 중요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4월 국회의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개혁이 그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역대 정권이 모두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무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일이니 당연히 득표에 도움이 안되는, 인기 없는 개혁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가장래를 위해 지금 꼭 해야만 하는 개혁입니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 중에서 저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도전한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이념의 문제도, 정쟁의 대상도 아닙니다.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하려는 것도 아니고, 20년전 김영삼 정부때부터 추진해왔던 것입니다. "급하게 졸속으로 하지 마라" ? 이런 정치적 수사로 개혁을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제 발표된 「2014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총국가부채 1,211조원 중 53%인 644조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였습니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에 얼마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긴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공은 우리 국회에 넘어와 있습니다. 당사자인 정부와 공무원이 해결하지 못한 개혁을 국회가 마무리해내야 합니다. 공무원들과 국민들의 성숙한 고통분담 의식, 거기에 여야간 합의의 정치가 보태지면, 역대 어느 정권, 어느 국회도 못했던 개혁을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호소합니다. 문재인 대표님과 우윤근 원내대표님께 호소합니다. 야당이 경제정당을 말하려면 이번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의견제시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국민대타협기구와 같은 노력을 해왔지만, 이해당사자에게 최종결정 권한까지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구인 우리 국회가 하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인 2007년에 그 어려운 국민연금개혁을 이루어낸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국민연금개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보셨던 문재인 대표께서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해 주신다면, 국민들은 경제정당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입니다.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개혁이 지금 9부 능선까지 왔다고 인정합니다. 마지막 한 달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 중요한 개혁이 또 무산된다면 19대 국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다다를 것입니다. 합의의 정치로 공무원연금개혁이 꼭 성공하도록 의원님들의 동참을 호소드립니다.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공적연금의 강화가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고통스러운 개혁을 단행했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기초연금 때문에 진통을 겪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기여율 인상 없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기금자산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개혁으로 수익률을 제고해서 연금고갈시점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 국민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세금과 복지
두 번째 사례는 세금과 복지 이슈입니다.
세금과 복지 이슈만큼 정치적 휘발성이 강한 이슈도 없을 것입니다. 소득세 연말정산 사태에서 우리는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세금을 올린 정당은 재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정치권의 금언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연설을 쓰면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공약집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저희 새누리당의 공약이었습니다.
문제는 134.5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성합니다. 저는 지난 4월 1일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3조원의 복지재정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평가합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2조원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 일은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어렵고, 인기는 더 없지만, 국가 장래를 위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과 복지야말로 합의의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 문제입니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같은 프레임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저급한 정쟁은 이제 그만 두고 여야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의 출발은 장기적 시야의 복지모델에 대한 합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低부담-低복지’입니다. 현재 수준의 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그러나 ‘高부담-高복지’는 국가재정 때문에 실현가능하지도 않고, 그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高부담-高복지로 선진국이 된 나라도 있지만,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앞으로 50년간 기형적 인구구조라는 재앙이 닥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가더라도, 앞으로 복지재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부담-中복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태리 같은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현재의 미국, 일본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코 낮은 목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 여야간에 中부담-中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로 이 목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가려면 세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더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증세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3년간 22.2조원의 세수부족을 보면서 증세도, 복지조정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부담은 결국 국채발행을 통해서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비겁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되어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도 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최근의 여야 대표연설은 대부분 우리 국회가 세금과 복지 문제에 관한 대타협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난 2월 우윤근 원내대표님도 이런 제안을 하셨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의원님들의 동의를 구하여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도 세금과 복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 보육 개혁
복지지출 중에서 보육 분야는 현실적 어려움이 큽니다. 여야 합의기구가 출범하면 이 문제도 여야가 함께 풀어갑시다. 0∼2세 보육료, 3∼5세 누리과정, 0∼5세 양육수당을 합친 올해 보육예산은 10조 2,500억원으로서, 급식예산 2조 5천억원의 4배입니다. 최근의 지방재정법 개정 과정에서 보았듯이 보육재원의 조달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24년간 보육은 계속 확대되어 왔고, 박근혜 정부는 0∼5세의 모든 영유아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지원은 확대되었으나, 이 정책이 저출산 해소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더구나 최근 보육시설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서,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월 77만 8천원이 지원되는데 집에서 키우면 월 20만원이 지원되는 모순을 보면서, 또 어린이집, 유치원과 가정이라는 보육공동체의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보육정책의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공동체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4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합의했던 5,064억원도 동시에 집행하며, 영유아보육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국회가 진지한 토론과 대안의 모색에 여야가 함께 착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부도 앞으로 보육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 성장의 가치와 성장의 해법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경제성장은 오랫동안 보수의 의제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형 성장, 포용적 성장’을 말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야당이 성장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습니다.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하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성장의 해법입니다. 복지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데, 성장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의 문제입니다. 성장의 해법은 복지의 해법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KDI가 발표한 장기거시경제 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3.5%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대에 1.0%로 추락합니다. 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르면 2040년대부터 1.0% 이하로 추락하여 206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합니다. 대한민국이 성장을 못하는 나라, 저성장이 고착화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 대재앙입니다.
성장을 못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게 어려워집니다. 성장을 못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고, 서민 중산층이 붕괴되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국가재정도 버티기 힘들어 복지에 쓸 돈이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통일을 하더라도 통일비용을 부담할 재원이 없습니다.
앞으로 100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성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극화 해소 못지 않게, 성장 그 자체가 시대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2100년까지 한국경제가 성장을 못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세 가지 요소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성장의 원인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20세기의 성취를 21세기에 다 날려보내고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저성장은 이렇게 고질적이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인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장전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 없이 집권 초반의 경제성적표를 의식해서 반짝경기를 일으켜 보려는 단기부양책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재정을 동원하여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라는 KDI의 경고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재정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의 진통을 겪으면서, 별 효과도 없는 단기부양책에 막대한 재정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건전한 국가재정은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1997∼98년의 IMF 위기와 2008∼09년의 금융위기도 그나마 국가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한 두가지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그 혁명적인 변화의 최종 목표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입니다.
가장 중요한 몇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앙은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0∼5세 보육예산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 구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도록 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서 나보다 더 잘 살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합니다. 보육, 교육, 노동, 일자리, 주택, 복지 등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인력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이 더 이상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년후 장년층의 재고용을 촉진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청년일자리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일자리 전쟁’을 하겠다는 각오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총동원해서 청년의 고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일자리는 삶의 문제입니다. 사회 문턱에 갓 들어선 청년들에게 실업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부터 청년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청년창업에 대한 국가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크라우드펀딩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도 조속히 통과되어야 합니다.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원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중소기업의 청년고용에 대한 임금보조를 확대하고, 중소형 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재양성은 성장의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할 분야이고 국가의 명운이 걸린 분야입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주도형 성장으로 가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일관된 국가R&D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분야입니다. 연구개발예산의 총투자액은 확대하되 민간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국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IMF 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로 고장난 국가R&D시스템은 근본적인 진단후 수술이 불가피합니다.
과학기술교육의 혁신과 이공계 우대 정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조업이 더 강해져야 관련 서비스산업이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제조업의 위기는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입니다. 이들 주력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벤처만 우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업종과 기업들이 더 잘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한계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하고, 잘하는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입니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합의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이 바로 그런 합의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이 시간까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 못지않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30대 그룹과 대형 금융기관들도 상시적 업무에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재벌대기업은 무한히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가 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임금인상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하청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임금인상과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재벌정책은 재벌도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한 고통분담과 공정한 시장경제는 결국 복지, 노동, 경제민주화, 법치로 귀결됩니다.앞서 말씀드린 증세, 中부담-中복지의 시회안전망, 비정규직 대책, 청년일자리,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대책들이 성장의 해법과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는 성장잠재력과 상관없는 단기부양책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에 필요한 곳에 예산을 써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아직도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는 박근혜 정부가 이상과 같은 근본적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단기부양책보다는 노동-금융-교육-공공의 4대 부문 개혁을 말하고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대 진입을 목표로 ‘3년의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점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3년내의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됩니다. 잠재성장률을 4%대로 높이는 일은 3년의 개혁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그 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시작하여 세금과 복지, 노동, 보육과 교육, 청년일자리, 그리고 성장 등의 분야에서 개혁의 인프라를 제안하고, 우리 국회는 합의의 정치로 국가의 장래를 준비하는 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저는 야당이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정한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지출의 확대는 빈곤과 양극화 해소라는 차원에서 동의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2100년까지 저성장의 대재앙이 예고된 우리 경제에 대하여 이 정도의 내용을 성장의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소득주도 성장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성장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지난 7년간 저희 새누리당 정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 그리고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왕 야당이 성장이라는 시대의 가치를 얘기한다면, 여야가 그 해법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합의의 정치로 성장을 위한 지난한 개혁의 길로 함께 가자는 점입니다.
■ 사회적경제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최근 많은 국민들께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며 양극화 해소와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형성에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영역도 돌봄, 보육, 교육, 병원, 신용, 도시락, 반찬가게, 동네슈퍼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中부담-中복지를 목표로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수요를 국가재정이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와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늘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왔던 선진국들도 사회적경제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정치적 오염과 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적경제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여야 모두의 책임입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
경제 분야의 마지막 주제로 저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합니다. 작년말 가계부채는 1,089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민 1인당 평균 2,150만원이며, 가계부채가 GDP의 75%입니다. IMF 위기때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규모 도산사태와 대량해고가 발생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가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의 완화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높여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당연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지난번 두 차례에 걸친 안심전환대출은 은행과 정부의 부담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상환능력은 없고 부실의 위험도는 높은 한계선상의 가계부채에 대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합니다.
■ 국가안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성장, 복지와 함께 안보, 통일은 우리의 4대 국가 아젠다입니다. 올해는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광복과 함께 분단이 된 70년 전의 슬픈 역사는 분단을 허물고 통일과 진정한 광복을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과업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북정책이 쌓여서 통일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통일 이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 북한경제의 발전, 북한체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북정책이라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북한은 그런 이성적인 대북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대입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이란과 국제사회의 역사적 합의가 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란보다 핵무기 개발이 훨씬 앞선 북한의 핵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없이 악화되어 가기만 합니다.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군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한 핵미사일을 이미 실전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싸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과연 우리 손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핵문제를 압박과 유도의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1994년의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2012년 미국과 북한의 2.29 합의가 모두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한은 그 때마다 약속을 깨고 핵개발은 계속되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현명한 외교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당연히 경주하되,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북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국방능력을 갖추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최근 안보정당을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묻습니다. 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행여 북한이 핵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보정당은 한마디 말로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북핵과 싸드, 천안함 폭침,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국가안보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과 행동이 있어야 스스로 안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야당을 비판하려고 거북한 질문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늘 말로는 '국가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라고 하면서, 서로 생각의 차이는 너무나 큰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19대 국회가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국민에게 내일의 희망을 드리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15년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지난 15년간 여의도에 있으면서 제가 몸담아보지 않았던 진보 진영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훌륭한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 분들의 생각 중에 옳은 것도 많고,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좋은 생각, 옳은 생각을 가진 선량들이 모인 이 국회가, 우리 정치가 왜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불신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제 말씀을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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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이 아직 붙어 있나요 【이기명칼럼】걱정 말라. 국민도 더 이상 바보는 싫다.

간단하게 정리하자. 한 마디로 청와대의 요구는 ‘유승민 정치 그만둬라’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뭘 잘못했는지 물어보면 잘못 한 거 없다는 대답이 많다. 친박도 속으로는 같은 생각일 것이다. 오히려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칭찬한다.

대통령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면서 이제 유승민도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았겠지만 ‘지가 뭔데?’ 라는 국민도 많다. 정치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많은 국민은 유승민이 ‘네 알았습니다.’하고 보따리를 쌀 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웬걸?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 좀 안다는 국민들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띵 했을 것이다. ‘어 저게 버티네. 간이 부었어’ 그러나 솔직히 간이 부은 사람은 따로 있다.
           (사진출처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홈페이지) 

 대통령도 국민이 뽑아 준 것이라면 유승민도 국민이 뽑아줬다. 더구나 유승민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직접 뽑은 원내 대표다. 그런 원내대표를 나가라 마라 할 권리는 누가 줬는가. 더구나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 국민들은 대통령 말에 또 한 번 띵 하다. 어떻게 된 세상이 이렇게 뒤죽박죽이냐.
 
유승민이 당당하게 처신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새누리당 의원을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은 처음이다. 잘하는 것은 마땅히 칭찬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승민이 대통령에게 찍혔다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한 가지만 예로 들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게 있다. 옳은 말이다. 돈은 없는데 땅 파서 복지 하는가. 대통령의 말이니까 무조건 예 예 한 것은 자유당 시절 ‘지당장관’이다.
 
지금도 지당장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승민의 정당한 소신행보에 거품을 물고 덤벼드는 배알 없는 지당장관들이 있다. 뭐가 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충성! 하고 경례 부치는 거다. 손가락질이 무슨 상관이랴. 반면에 비박이라는 의원들은 유승민 사퇴를 반대하며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총회 열면 자신 있다는 배짱이다. 친박은 겁이 나서 의원총회도 열지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XXX 냉가슴이다.
 
■부전자전 아닌 부전여전?
 
박정희 유신독재 때 너무나 유명한 정치탄압 사건이 있다. ‘코털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1971년 야당 의원들이 제출한 오치성 내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공화당 의원 일부가 동조해 통과시켰다. 불같이 화가 난 박정희 대통령은 특명을 내렸고 중앙정보부 얼라들이 야당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23명을 중앙정보부에 끌고 가서 주리를 틀었다.
 
이때 김성곤 의원은 자신의 상표처럼 달고 다니던 콧수염을 몽땅 뽑혔다. 주모자인 김성곤·길재호·백남억 등은 정치를 떠났고 유신의 칼날은 도처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길재호는 다리 불구가 됐다. 지금 유승민을 보며 김성곤의 콧수염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불과 44년 전 일이다.
 
  (사진출처 - 새누리당 홈페이지)

여의도 사무실 앞에 새누리당사가 있다. 대통령의 파랗게 질린 모습이 12분 동안 TV에 보인 날 당사 앞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유승민을 추방하라” 유승민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도 현수막이 걸렸다. ‘유승민 추방이다’ 그런가 하면 유승민을 보호하자는 구호도 보인다. 박정희 시대라면 어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혹시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왜 순리를 따르지 못하는 것일까. 순리를 따르지 않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역사가 말해 준다. 이미 달은 기울고 있다. 새누리 안에서도 할 말을 하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설사 유승민을 내쫓는데 성공한다고 국민들의 기울어진 마음을 어쩔 것인가.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은 그냥 속담이다. 억지 부리다가 망한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인가.
 
■어느 목도 치면 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몹시 기분이 언짢겠지만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vs 유승민’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거기다가 민심은 박 대통령이 밀린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얼마나 속이 상할 것인가. 자기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인간들에게 익숙한 대통령이다. 한데 지금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용서가 안 된다. 치사한 말이지만 ‘누가 이기나 보자’고 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고 대통령 혼자 정치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목숨을 던져 해야 할 정의로운 일이 있다면, 거리에서 차에 치여 죽는 개죽음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반. 국민들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워져 버린 빌공자 공약(空約)과 세월호, 그리고 메르스가 있다. 나라빚은 켜켜이 쌓여가고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밑에서부터 세는 게 빠르다. 기분이 나빠도 들어야 한다. ‘삶의 질’ 만족도가 지난해 세계 145개국 가운데 42단계 추락하면서 거의 최하위 수준인 117위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현 정부로서는 낯 뜨거운 성적표다. 더 부끄러운 것이 있다.
 
1) 인권선진국에서 인권후진국으로 전락
2) 방역모범국에서 방역후진국으로 추락
3) 언론선진국에서 언론후진국으로 하락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당의 원내 대표를 공개리에 머슴 야단치듯 질타했다. 그렇다면 유승민 원내 대표가 그렇게 못된 짓을 했는가. ‘청와대 얼라들’이란 얘기는 기분이 나빴겠지만, 어른답게 참아야 한다.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 아닌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에 왜 화를 내는가. 집권당의 원내 대표로서 해야 될 일을 하는 유승민을 잘라야 하느냐고 국민에게 물어보라. 불통과 독선, 유체이탈과 당의 사유화를 보고 유승민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함께 하기를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 국민의 생각은 어떤가. 냉정하게 보자. 이른바 친박들의 모습은 요즘 가련해 못 볼 지경이다. 한 마디로 전전긍긍이고 지난 2월 ‘앞으로 당·청관계는 당이 주도하겠다’던 김무성 당대표의 낭패스러운 얼굴에는 무능의 극치가 넘친다. 대통령의 가슴속은 유승민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증오다. 
 
아버지를 닮아 눈에 거슬리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해도 나라는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도대체 유승민 목만 붙들고 있으면 나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가. 청와대와 집권당은 모두 손을 놓은 채 대통령의 얼굴만 보고 있다. 그러니 나라 살림은 꼴이 아니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도를 가면 된다. 정치를 제대로 이끌어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박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유승민이 농담을 했다. ‘내 목이 아직 붙어 있습니까’ 서글픈 농담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안다. 절대로 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도 더 이상의 바보가 되기는 싫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 잘하고 있는 멀쩡한 사람의 목을 생으로 자르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런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국민이 보고 있지 않은가.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http://facttv.kr/facttv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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